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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게 마무리되고 결정된 상반기가 마무리됐다. 어딘가 오래 머물며 고이게 된다는 건 그만큼 엉덩이를 털고 다시 일어나기에도 더 많은 고민과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 4년의 박사과정 동안 이곳의 삶에 생각보다 깊게 안착했고 그만큼 떠날 결심을 한다는 것은 지금의 균형을 버릴 용기가 필요했고 안정을 원하는 내 안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해야 했다.
왜 추구하냐, 선택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뚜렷한 답이 있었던가? 사실 어떤 결정을 하는 데 있어 그저 내 안의 이성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선택해 왔던 거 같다. 이성과 감성은 중요한 결정에 있어선 늘 불협화음을 내는지라, 그리고 내 감성은 늘 나약한 내 멘탈을 보호하는 방향인지라 감성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결론은 늘 아무것도 하지 않기임을 알기에 끔찍하게 싫어도 일단은 이성이 시키는 대로 저지르고 어떻게든 수습해 나가는 수순이었다. 포닥의 향방을 결정하는 순간에도 현 지도교수님의 권유대로 지금의 랩에서 몇 년 더 포닥으로 머물며 실적을 더 만들고 next level career를 준비하자는 목소리와 불확실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충돌했고 결론 없는 고민도 계속됐지만 이번에도 이성을 따랐다.
Comfort zone이 나의 안정을 위해 중요한 걸 알지만 그 zone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그 밖으로 걸음을 내딛기도 더 힘들어질 거라는 우려, 지금의 랩과 환경이 comfort zone이 된 상황에서 더 머물다 보면 나의 다음 career step에서 난 더 방황하고 더 큰 혼란을 감당해야 할 거라는 두려움에 일단은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던 연초. 결과적으로 오퍼를 받았고 잘 마무리되어 가는 수순이지만 혹 지원했던 모든 곳에서 오퍼를 받는 데 실패하는 결말이었더라도 그 과정에서 분야 내에서의 내 위치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던 시간이라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고여간다는 건 다분히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간다는 뜻이고 나 역시 지난 4년을 내가 속한 대학과 학과 내에서의 인정, 실적만으로 나의 위치, 가치를 저울질하고 있던 중, 보다 큰 인력시장에 나를 던져두고 제삼자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는 건 꽤나 충격적이었고 깨달은 것도 많은 시간이었다.

지난 수요일에 오퍼가 오고 일주일쯤 지났다. 이번 주 월요일에 해당 학과에서 연락이 왔다. J-1 Visa process를 위해 기본 정보를 요청했고 곧이어 ISSO에서도 정보 입력을 요청하는 메일이 왔다. 아직 official offer letter도 받지 않았는데 J-1을 진행하려니 뭔가 어색하지만 진행의 주체가 J-1은 department, offer letter는 HR이라 동시에 진행되는 모양. 덕분에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을 거 같다. 학기 중이 아니라 어느 정도 지연은 예상되지만 아무래도 DS-2019 발급까지 7월 말 전에는 마무리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J-1 Visa process의 시작으로 혹시나 offer 가 취소되거나 변수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조금은 덜었다.
ISSO에 보내야 할 문서 중 여권 스캔본도 있었는데 여권이 내년 만료인지라 새로운 비자 발급받을 걸 대비해 지난 5월에 이미 새 여권 발급을 신청해 뒀었다. 발급 자체는 거의 8-9일 만에 완료됐고 애틀랜타 총영사관에서 직접 수령해야 했기에 미루고 있다가 ISSO 요청을 받고 부랴부랴 애틀랜타 방문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혼자 후딱 렌트하여 다녀오려던 중, 마침 어딘가 떠나고 싶어 하는 J님과 함께 애틀랜타로 떠나게 됐다. 독립기념일 연휴의 여파인지 애틀랜타 시내에 가까워져서는 약간의 정체가 있었고 5시간 조금 안 걸려 애틀랜타 시내에 위치한 총영사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을 도와주는 한국인 직원분들보다 입구에서 보안 체크하는 외국인 직원분이 훨씬 더 친절했던 영사관에서 빠르게 여권을 수령하고 J님이 찾아둔 냉면을 먹으러 Duluth로 향했다.
뭔가 냉면이 땡기면서도 막상 한국에 가면 다른 먹을 것들이 너무 많아서 늘 뒷전이었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된 냉면에 만두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에선 두바이 찹쌀 도넛을 발견했는데 두바이 "쫀득 쿠키"가 아니라 "찹쌀 도너츠"라 망설이다가 생긴 게 영락없는 두쫀쿠라 그냥 이름을 조금 다르게 붙여둔 거 아닐까 시도해 봤는데 찹쌀 도넛이 맞았다. 속을 마카다미아 카다이프로 채우고 겉을 초코 파우더로 감싼 찹쌀 도넛. 일단 찹쌀 특성상 굉장히 질겨서 잘 잘라지지도 않는 데다가 카다이프로 속을 채웠다기 보단 묻힌 수준으로 적어 꽤나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 끔찍하게 달았다. J님이 정석적인 두쫀쿠도 비슷하게 달다는 거 보면 제대로 된 두쫀쿠를 먹었어도 내 취향은 아니었을 거 같다.


이후 Georgia aquarium과 stone mountain 중 고민하다가 stone mountain을 골랐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방문 목적의 9할이었던 케이블카가 보수 때문에 운영을 안 한단다. 다른 데 가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그냥 아래서라도 구경하자며 진입. 결과적으론 20불 주차요금으로 내고 들어가선 어딘가 들어가거나 보려면 또 돈을 내야 해서 대충 20분 정도 서성거리다 그냥 나왔다. 미국이 조금 더 싫어진 날. 내 기준에선 참 볼 것도 구경할 것도 없는 나라이면서 모든 곳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돈을 받아대는데 또 비싸기는 더럽게 비싸다. 마지막으로 H mart를 들러 장을 보고 (자제하려 했는데 결국 또 100불을 훌쩍 넘겼다) 다시 Tally로 복귀.
왕복 5시간 거리의 Jacksonville 도 운전해서 다녀오려면 꽤나 피곤해서 왕복 10시간은 어찌 버티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동승자가 있어서 끊임없이 대화하며 오가니 시간도 훌쩍 가고 별다르게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기 보단 누가 함께 하고 무슨 대화를 하느냐에 따른 차이겠지. 알고 지낸 지 오래진 않았어도 주파수가 일치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힘쓰지 않아도 이어지는 자연스러움이 있고 노력을 요하지 않는 편안함이 있다.

금요일부터 오늘까진 낮밤 가리지 않고 주변에서 폭죽을 터트려댔는데 특히 금요일에서 토요일 넘어가는 밤에는 새벽 4시 반 넘어서까지 집 앞 공원에서 미친 듯이 큰소리를 내는 폭죽을 연이어 터트려대며 인내심을 시험했다. 자유로운 만큼 개념이 미탑재된 사람들도 너무나도 많고 배려와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조차 자유라는 그럴싸한 명분 아래 정당화되거나 제재받지 않는 이 사회가 나랑은 영 맞지 않는 것 같다. 진심 꿀밤 백대씩 때려주고 싶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꽤 오래된 아파트라 한 유닛 씩 리노베이션을 진행 중인데 나는 리노베이션이 되지 않는 유닛에 살고 있었고 관리사무소에서 올 Fall 2026 입주를 앞두고 전 유닛 리노베이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리노베이션이 진행된 옆 유닛으로 옮겨줄 수 있는지 요청해 왔었다. 계약서에 이미 유닛 간 이동 가능성에 대해 명시되어 있던지라 거절한 명분도 없고 굳이 말씨름하고 싶지도 않아 계약 만료까지 한 달을 남기고 옆 유닛으로 이동해 왔다. 다만 옮긴 유닛 전기 배선에 문제가 있어 세탁기가 작동을 안 했고 얼마 전 maintenance 팀에서 공사를 마치고 갔는데 그 이후부터 세탁기는 작동을 하는데 스토브가 작동을 안 한다. 하. 애틀랜타 가기 전, 스토브 수리 요청을 했고 다녀와서 보니 들어왔다 나간 흔적은 있는데 여전히 스토브는 작동을 안 한다. 덕분에 독립기념일 연휴 내내 스토브 없이 살아야 했다.
덕분에 지난 3일 전자레인지 + 전기밥솥만으로 요리해 먹기 마스터. 전자레인지로 계란프라이를 해 먹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전기밥솥으로 나물을 삶을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된 시간. 돌아오는 주말에 내 디펜스가 마무리된 걸 기념하기 위해 학과 사람들을 초대해 와인을 마시기로 했는데 그전까지 스토브가 고쳐져야 안주를 만들 텐데... 미국에 살다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나를 괴롭히고 또 해결까지 시간도 배로 소요된다.

7월의 시작, 하반기가 벌써 5일이나 흘렀다. 2026년을 이미 절반 이상 흘려보냈다는 게 영 감이 안 온다. 남은 6개월은 졸업식으로 시작해 다른 곳으로의 이주, 그곳에서의 적응으로 채워지겠지. 부디 그 과정이 힘겹지는 않기를, 보다 순탄하고 순조로운 하반기이기를 바라며 잘 해낼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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