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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doctoral Fellowship 지원을 위해 한참 Research proposal 을 작성 중이었다.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고 묵혀둔, 잊고 있던 블로그가 떠올랐다. 미국에 온지 한달 됐을 때 쓴 일기를 마지막으로 벌써 3년이 넘게 흘러 지금은 박사과정 4년차.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일들을 그때의 기분과 함께 생생하게 기록해두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지금이라도 종종 남은 1년 간의 기록을 남겨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기록을 남기는 건 좋아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 뭔가 장황하게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매번 귀찮음이 압도하여 미뤄뒀던 것 같다. 지금부턴 그저 생각나는 말만, 하고 싶은 말만 짧게라도 남겨둬야지 어차피 나를 위한 기록이니까.
+ 미국에서 3년, 영어도 별로 늘지 않았는데 한국어는 빠르게 퇴화 중이다. 본격 0개 국어의 삶, 더 이상의 퇴보를 막기 위해서도 글쓰기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요즘들어 가난함의 상대성에 대해서 종종 생각하곤 한다.
박사과정하며 캠퍼스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같은 월급을 받으며 비슷하게 생활하고 있는 거 같지만 많이 다르다. 그래서 가끔은 그 다름이 꽤나 이질적으로 다가와 곱씹게 될 때가 있다.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가정에서 유학와 지병으로 일을 할 수 없어 소득이 없어진 부모님에게 형제들과 함께 다달이 생활비를 마련하여 보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어머니가 호텔 몇 개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 가족 다 함께 크루즈 여행, 해외여행을 주기적으로 다니는 친구까지 다양한, 자본주의 사회의 스펙트럼을 폭 넓게 볼 수 있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온 친구들이 겸손하게 하는 말, 부모님이 부유하신 것이지 본인이 부유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어떠한 일들을 해나가는 데 있어 부모님의 노후가 고려 대상에 없어도 된다는 것이, 혹 당장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먼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그 사실들이 이미 대단한 privilege 인 것을.

가난은 상대적이라는 것이,
누군가는 내 일상을 보며 가난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우리 엄마도 늘 나를 "가난한 유학생"이라 칭하지만 나는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늘 재화는 한정적이니 아낄 수 있는 데서는 아끼며 내가 하고 싶은데 재화를 쏟을 뿐. 뜯을 때마다 먼지 풀풀 날리는 제일 싼 화장지를 사서 쓰더라도 좋아하는 클래식 공연 찾아 들으러 가고 여행하고 싶을 때 여행 가는 삶이 가난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그러므로 나는 나의 주어진 삶과 재화에 감사하고 만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가끔 누군가의 부유함을 목격할 때 싱숭생숭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아마 나도 Saiful 과 같은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Saiful이 FSU에서의 Post-doc을 포기하고 Virginia에 위치한 institute에서 stipend 더 높은 offer를 받아들일 때 연구적으로는 FSU에 남는 게 더 낫겠지만 미국에서 학사-박사까지 진행하며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card debt와 씨름하는 것, 계산기 두들겨가며 expense 조절하는 것에 대한 실증이라고 했다. 나도 비슷한 실증을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사과정에 대한 수 많은 meme 들이 박사과정의 궁핍함에 대한 것이다.
박사과정이 힘들다는 건 연구적으로도 힘든 것도 있지만 분명 경제적인 어려움도 포함될 것. 언제나 묘한 안도감과 이겨낼 힘을 주는 생각,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 묘한 동지애로 오늘도 내일도 안도감을 얻고 주어진 삶에 만족하는 나로 돌아와 다시금 안온하게, 똑부러지게 일상을 이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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