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몇 년 전 우연하게 알게 되고 종종 들여다보는 블로그가 있다.
처음에는 평범한 일상을 저렇게 다채롭게, 또 의미 있게 표현할 수 있는 필력이 부러웠다가 글을 읽어나가면서 그분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감정에 공감하고 또 주변에 저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 잠긴다. 주변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온 감각을 통해 느끼고, 표현하고, 또 감각적인 글로 옮기는 그런 사람이라니.
저런 분과 함께라면 참 평범한 일상 속, 카페에서 햇빛 드는 창가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황홀함과 만족감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표현하고 또 공감받으면서, 일상의 간질간질한 행복감에 대해 끝없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괜히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나는 잔잔한 게 좋아서 그저 살아가는 일상에서 내리쬐는 햇살에 좋아하는 클래식 한 곡, 처음 걸어보는 골목길에서 감성 조금 끼얹은 카페의 발견, 퇴근길 한강 철교에서의 노을 정도로도 충분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세상과 타인의 삶은 항상 내게 그보다 더한 걸 요구하는 것 같아 버겁다고 느낀 적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인지 항상 나를 그대로 보이기보단 오버스러운 모습으로 그들과 같은 즐거움을 공유하는 척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저런 분이라면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인정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누군가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담은 글에 대해서 공감하기 힘들다는 건 제각각 너무나도 다양한 성격과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테고 덕분에 내 맘에 꼭 드는 글을 찾는다는 건 참 힘든 일 일 것이다. 그럼에도 간혹 마음에 드는 글을 찾게 되는데 그마저도 어느 부분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근데 이 분의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 한구석 담아두었던 이야기들, 말하고 싶었지만 참고 넘겼던 모든 이야기를 그분의 입을 통해 대신 듣는 거 같아 괜히 속이 시원하다. 또 남들에게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그들과 함께하면서 형성되는 불쾌한 순간들이 내가 못나고 속이 좁아서 그런 것이라 자책해왔는데 누군가 나와 같은 상황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나의 감정과 상처받은 마음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 같아 위로도 된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한 번씩 블로그를 찾으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글 하나하나 스쳐가는 생각도 곱씹어야 할 문장도 참 많다.
감수성이 풍부한, 여리고 예민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상처받기 쉬운 속성들은 세상의 풍파와 주변 환경으로부터 너무 보호받아서가 아닌 너무 당해서, 너무 모질게 아픈 과정에서 헐어버린 피부처럼 보호막이 닳고 닳아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다치고 아픈 상태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 주변의 조그만 감정적 동요를 큰 파장으로 느끼는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주변의 눈치를 봐야만 했던 어린 시절로부터, 무심코 들어버린 가시 돋친 말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마음은 그간 들어온 상처 받는 말들에 이미 마음이 너무 상해서 낮아진 역치 때문은 아닐까. 그런 예민함과 많은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무심하게 때론 냉정하게 살아가고 싶어도 평생 동안 눌어붙어 굳어져 버린 마음을 바꿀 수 없어 결국 평생 안고 나름대로 다독여가며 살아야 하는 그들이 어쩌면 가장 아픈 사람들은 아닐까.
자기 연민은 하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서든 나에 대해서 이유를 찾다 보면 자꾸만 자기 연민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그리고 블로그 속 그 분의 글에서도 자꾸만 아팠던 과거가 문득문득 비친다. 분명히 힘들었을 아픔에 괜스레 동화되어 울적해지는 내 마음이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기특한 능력을 가진 것 같아 대견하기도 하고 결론 없는 생각은 또 계속 이어진다.
https://blog.naver.com/skfkeorms96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햇빛을 핑계삼아 계속 걷기 (0) | 2022.03.28 |
|---|---|
| 쏘카의 교훈 (0) | 2022.03.27 |
|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던 날 (0) | 2022.03.23 |
| 주문진, 일출 없는 일출 여행 (0) | 2021.05.08 |
| 화요일, 연남동 (0) | 2021.04.29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