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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큰Y, 작은Y, M과 함께한 송별회, 그리고 전해준 편지와 선물들

1. 출국 D-7

어제는 하루 종일 미국에 보낼 겨울 옷들을 포장했다. 우체국 택배 6호 박스 크기 2개면 충분할 것 같았는데 아무리 차곡차곡 넣어봐도 남은 옷들이 너무 많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심장 졸이며 두근두근 하다가 그냥 박스 하나를 더 보내기로 했다. 4호 박스가 좋을지, 5호 박스가 좋을지는 남은 짐들의 양을 보며 차차 결정해야지. 

고질병이다. 다들 한 달 전에 이미 짐을 보내고 마지막에 차근차근 빠트린 건 없는지 확인하는 시점에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직 캐리어는 정리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오늘에서야 기웃기웃 기내용 캐리어를 하나 더 살까 쿠팡을 뒤져보다가 일단은 집에 있는 20인치 캐리어를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일주일이 남았는데 아직도 나는 어떠한 준비도 완벽하게 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내일은 꼭 여름옷과 짐들을 정리해 넣어야지. 분발하자!

 

2. 마지막 인사

주변 사람들과 마지막 모임도 이젠 거의 마무리됐다. 진심으로 유학을 축하해주고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까지 함께 해준 사람들, 분명 마지막이 아님을 알지만 다음이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가 없어 마지막으로 흔드는 손이, 뒷모습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건네주는 선물과 편지들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주는 것 없이 받는 것만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그 마음들이 너무 고마워 밥이라도 한 끼 선 듯 사고 싶은데 허락하지 않는 지갑 사정이 원망스럽다.

작은 J는 연구실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도, 한달살이를 한다고 했을 때도, 그리고 얼마 전 마지막으로 얼굴을 봤을 때도 손에 선물을 쥐어줬다. 플로리다의 해변에서 입으라고 전해준 티셔츠, 그 티셔츠를 고르기 위해 매장으로 향했을, 고민했을 그 정성과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H는 팔찌를 가지고 싶어 했던 걸 기억하고 마음에 쏙 드는 팔찌를 선물해 주었다. Y는 미국에서 사 먹지 말고 밥을 해 먹으라며 생존 요리책과 앞치마, 그리고 선크림을 선물해주었고 M은 미국에 도착해서 내가 좋아하는 버거를 꼭 레스토랑에 가서 사 먹으라며 달러를 선물해줬다. 그리고 오늘 H누나는 미국에서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사용하라며 100달러가 넘는 돈을 보내주었다. 사람들이 전해준 진심이 고마우면서 나는 과연 지금까지 그 사람들에게 고마운 사람이었을까, 감동을 주는 사람이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지금은 편지로 그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그치지만 나도 언젠가 이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감동과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엄마와 마지막으로 학교에 왔다. 엄마는 캠퍼스에 잠시 머물고 나는 사직서를 처리하고.

3. 사직서 제출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13년 3월 대학 입학을 시작으로 22년 7월까지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을 캠퍼스에서 보냈다. 산학협력단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와 캠퍼스를 바라보는데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긴 시간 동안 나에게 '소속감'을 주었던 대학교. 올해 초 지원했던 미국 대학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아침 출근길, 아직까지 내가 소속되어 있을 곳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원한다면 그 소속감을 앞으로도 계속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이 정말 큰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대학이라는 그 틀이 어쩌면 보호막처럼 느껴졌고 모든 불안감에 대한 괜찮은 핑계로 내밀 수 있었다. 내 20대를 온전히 보낸 그 틀 안에서 때로는 깨고 나가려 노력했고 때로는 안주하기도 했지만 내가 한 선택과 보낸 시간들에 대한 후회는 없다. 이 틀 안에서 만든 수많은 추억들 덕분에 지겹도록 봐왔음에도 돌아서면 곧바로 그리워질 것 같다. 돌아오는 금요일에 교수님, 연구실 사람들과 환송회식을 마지막으로 학교는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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