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

지금, 현재의 기록

Ian Park 2022. 6. 17. 00:04

뭔가 거창하게, 담담한 일상이지만 무언가 느낌 있게 남기고 싶다는 욕심에 글을 쓰다 보니 회피하게 된다. 애초에 이 블로그의 목적은 어떤 시선에도 구애받지 않고 그냥 내 일상을 글로, 기록으로 남기려는 것이었는데 또 다른 욕심에 사로잡혀 일상이 기록되는 걸 막는다. 덕분에 하동에서의 한 달도, 제주에서의 한 달도 다 지나갈 동안 글 하나 남긴 것이 없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순간. 지금부터는 짧게, 생각 없이 그냥 적어봐야지. 앞으로 다가올 미국 유학에서의 나의 하루하루들을 지금처럼 기록 없이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다.

 

어제 친구 덕에 처음으로 가본 문래 창작촌에서 갔던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예전 낡고 녹슨 골목을 그대로 남겨둔 느낌, 너무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남기는 지금 2022년 6월 16일의 현재의 나.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는 현재의 상황. 

 

1. 출국 47일 전이다.

먼 미래일 것만 같았던 출국이 47일 남았다. 지금 흐르는 시간의 속도대로라면 아마 얼마뒤 벌써 일주일? 벌써 내일? 외치고 있겠지.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내며 한국에서의 남은 날들을 마무리해야 할 텐데 정작 내 일상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고 가족을 대하는 내 태도에도 여전히 변화는 없다. 사람은 후회의 동물이니까 아마 미국에 가서야 이럴걸, 저럴걸 후회를 시작하겠지. 여하튼, 미국에 가는 비행기도, 방 렌트도 마무리했다. 큰 산은 넘었다.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온라인 오리엔테이션도 들어야 하고 보험도 제대로 알아봐야 할 텐데 바빠서 (사실 귀찮아서) 아직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중. 

 

2. 난 지금 베트남 여행을 떠나고 싶다. 

제주도 한달살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지 이제 막 일주일 차, 며칠 전 동남아 여행 가는 국제항공권이 얼마나 비싼지 구경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베트남 왕복 항공권이 6월 말에는 28-30만 원대, 7월 초-중순에는 32-34만 원 정도 선이다. 현재 미쳐버린 비행기 값을 생각하면 꿈에서나 볼 가격이라 이미 내 머릿속에선 하노이에서 뭘 해야 하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는데 가족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서른을 앞둔 나이에 내 돈 주고 떠나는 여행 가족들 눈치 볼 것 없지만 그래도 미국으로 유학길 앞두고 "예- 다들 반대하셔도 전 떠납니다-" 하기엔 마음이 무겁다. 이래저래 미국행 항공권 구입하고 렌트 보증금 내고 나니 잔고도 0에 수렴하는 중이라 이건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몇 년간은 동남아 여행 꿈도 못 꿀 텐데 이 기회를 어찌해야 하나. 

 

3. 리뷰논문을 쓰고 있는데 하기 싫다.

미국 교수님과 미국에 있는 박사과정 학생, 석사과정 학생과 함께 Healthy aging을 위한 Microbiome-based therapeutics를 주제로 리뷰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난 아직 미국에 가지도 않았는데, 왜 일을 해야 하나 싶긴 하지만 어찌 되었건 내 경력에는 도움이 되는 일이다 생각하며 하고 있으...나 하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이 논문 작업 말고도 지금까지 미국 교수님과 함께 한 분석이 벌써 두 건을 넘기고 세 번째 작업을 의뢰받았다. 역시나 지금은 지금의 자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 때문에 (하기 싫다). 하기 싫은 일 붙잡고 있다 보니 딴짓에 딴짓을 거듭하다가 결국 몇 달간 들어와 보지도 않은 블로그에 다다르고 이렇게 글까지 남기고 있다. 

 

4. 내일은 연구실 홈커밍이다.

미루고 미루던 첫번째 홈커밍을 드디어 한다. 원래는 연구실 D형의 결혼발표를 위해 교수님과 함께 원년 멤버들이 조촐하게 모이는 자리였는데 갑자기 교수님의 추진으로 홈커밍 자리가 되었다. 참석 예상 인원은 19명 정도. 대미의 관심은 과연 D형이 결혼발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의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인가. 옆에서 맛있는 밥이나 먹으면 되는 나로서는 아무 생각 없이 즐거운 자리인데 D형은 머리 좀 아프겠다 싶다. 

 

5. 피하고 있는 연락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두 명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모두 대학 동기였던 사람들. 한 명은 자연스럽게 멀어지다가 너무 멀어져서, 한 번의 정이 뚝 떨어지는 상황으로 인해서 영영 멀어져 버린,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나를 만나기만 하면 온 대화 주제를 본인의 힘든 상황과 화나는 일들, 어이없었던 일들로 채우며 징징거리는 통에, 나를 감정 쓰레기 통으로 만들어 버리는 통에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 진 사람. 노골적으로 연락을 몇 번이나 피했는데도 며칠 전 불쑥 비집고 들어온 연락들에 며칠 째 답장을 하지 않고 있다. 맺고 끊음에 똑 부러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불편한 상황을 못 견디는 물러 터진 성격에 나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더해져 고민에 고민만 거듭하다가 그냥 회피 중이다. 앞으로도 똑 부러지는 해결책 없이 그냥 묵혀둘 그들과의 관계. 

 

6. 허리가 아프다. 그리고 매일매일 피로하다.

며칠전부터 허리가 아프다. 하루 종일 앉아있다 보니 허리가 망가진 걸까. 예전에는 며칠 이러다가 말았는데 요즘엔 조금 덜하기만 할 뿐, 완전히 괜찮아지는 법이 없다. 아직 박사 과정은 시작도 안 했는데 머나먼 타국 땅에서 생각지도 못한 복병으로 고통스러운 유학생활을 보내는 건 아닐지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피로하다. 타자를 치다가 마우스를 잡기위해 팔을 올리는 게 힘들 정도로 요즘 힘이 없다. 잠을 아무리 자도 늘 피곤한 느낌이고 몸을 움직일 힘은 더더욱 없다. 몸이 피로하니 짜증은 늘어가고 감각은 잔뜩 예민해져 마음에 안 드는 소리, 냄새, 행동들에 급작스럽게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민다. 예전보다 술도 훨씬 약해져 요즘엔 맥주 한 캔에 맥을 못 춘다. 간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싶어 내일 피검사를 받아 볼 예정. 몇 년 전 별생각 없이 받은 건강검진에서 예상치 못하게 간수치가 높게 나와 약을 먹었던 적이 있는데 간이 선천적으로 약한 건가 또 걱정이 앞서지만 일단 검사받아보고 생각하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국 일주일 전, 조급해지는 마음  (0) 2022.07.26
출국 D-20 싱숭생숭  (0) 2022.07.13
햇빛을 핑계삼아 계속 걷기  (0) 2022.03.28
쏘카의 교훈  (0) 2022.03.27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던 날  (0) 2022.03.23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